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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소개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한가지. 1주차만 해보고 '이게 뭐야' '별로 재미없는데'라며 내팽개쳐 버린 당신. 지금 당장 게임을 다시 기동하여 최종 시나리오까지 올클리어 하시길. 이 작품은 그야말로 왕년의 명작 'EVER17'처럼, 올클리어 해야만 그 진가를 알 수 있고 또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형적인 수수께기 풀이 형식의 작품입니다. 저 자신도 1주차 엔딩롤이 흐르는 시점에서는 많이 실망했습니다. 시나리오는 오소독스 기미, 게다가 히로인의 설정 때문에 이런 변신 히로인물 특유의 높은 텐션도 느끼기 힘들었고, 설상가상으로 종반부의 엉성한 템포와 날짜 스킵 등에는 짜증까지 났을 정도.
허나.
1주차 엔딩롤이 중간에서 멈추더니 느닷없이 역재생.
![]()
구매 동기는 역시 제작사였습니다. 전작인 '천공의 유미나'를 무척 재미있게 했고, 몇 번 살펴본 홈페이지의 게임 소개도 무척 재미있어 보였기에 반쯤 도박하는 기분으로 주문했죠. 그러고보면 개인적으로 천공의 유미나가 제 지갑에 끼친 영향이 장난이 아니군요. 천공의 유미나 본 게임은 물론이요, 이 네가제로에, 또 같은 스탭들이 과거에 XUSE에서 만들었던 세이나루카나까지......그 타이틀을 알고 계시는 분이라면 주지의 사실이겠습니다만, 어느 것 하나 돈아까운 작품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세 작품 모두 출비와 만족도의 비율은 제가 과거에 구했던 어떤 작품보다도 높았습니다.
RPG형식을 택한 전작과는 달리, 이번 네가제로는 기본적으로 ADV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허나 게임성을 추구하는 스탭들답게 단순한 선택지형 ADV가 아닌, 손맛이 느껴지는 복수의 요소를 추가함으로서 역시나 다른 작품들과 구분되는 특유의 개성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 유메노 레이코(CV 아리스가와 미야비). 본 작품의 메인 히로인.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주위의 모든 것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보는 네가티브한 성격의 소유자. 사교성도 좋지 않아 다른 사람들 앞에선 말도 더듬더듬. 아리스가와씨 목소리는 최근 많이 듣는데, 77(세븐즈)에서도 그렇고 솔직히 이렇게 말더듬이 캐릭터보다는 좀 더 활달한 캐릭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 뭐 그렇다고 네가제로에서의 연기가 이상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적화의 문제랄까...
![]() 파소 (CV 아키 라라) 느닷없이 레이코 앞에 나타나 그녀를 네가티브 제로로 만들어버린 정체불명의 노트북 컴퓨터. 본체는 노트북 형태지만 2D화, 3D 실체화도 가능하여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님. 독설가.
■작품을 골격을 이루는 두 요소 - 디버그 모드와 전투 파트
우선 이 작품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자 핵심이기도 한 '디버그 모드'. 적으로 등장하는 마법소녀들은, 자신들의 기억과 인식을 조작하여 현실을 바꾸어버린 존재들. 그런 그녀들을 원래대로 되돌려놓기 위하여 '걸즈 디버거'이자 히로인인 레이코가 해야하는 일은, 그녀들의 인식 세계 속으로 침투하여 조작된 기억과 인식들을 수정하는 것. 그 과정을 '디버그 모드'라 부르고 있습니다. 방식은 간단. 해당 소녀의 기억에서 위화감이 느껴지거나 현실과 다른 부분이 등장하면 '지적한다'라는 선택기를 통해 그것을 수정해 나가는 것입니다. 지적을 통해 수정된 부분은 뒷부분에도 영향을 끼쳐 히로인의 인식을 점점 바꾸어가죠. 재미있는 것은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 '인식 세계' 속의 일이기 때문에, 지적할 필요가 없는 부분을 지적하거나 지적해야할 부분을 넘겨버린다던가 하는 미스를 범하면 이 인식이 제멋대로 진행되어 더욱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되어버리기도 한다는 점. (실제로 공략불가 엑스트라 히로인들의 HCG 회수는 일부러 엉뚱한 부분을 지적하여 괴상한 인식과 기억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 집니다)
![]() 이렇게 느닷없이 등장하는 뜬금없는 내용에 '지적'을 사용하면,
![]() 인식이 수정되면서 다른 모습으로 전개됩니다.
얼핏보면 역전재판이라는 휴대용 게임기용의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데, 난이도 자체는 굉장히 낮은 편이라 혹시 이 파트에서 두뇌전을 기대했던 사람들이라면 다소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스파이스, '전투 파트'. 전작을 통해 보여준 '3D 배경 + 2D 2등신 데포르메 캐릭터 전투'가 이번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펼쳐집니다. 진행 방식이 전작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혼란스럽겠지만, 룰 자체는 무척 간단하기 때문에 처음 튜토리얼 모드만 한 번 진행해 보면 금세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네요. A, B, C 이렇게 3개의 에리어를 이동하면서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적의 방어율이 낮은 지점에서 적을 공격하는, 골격만 놓고보면 매우 간단한 방식. 거기에 AP라는 행동포인트, 일종의 콤보 공격인 체인 공격 등을 첨가하여 전략성을 부여하고 있지요.
![]() 전투 파트의 모습. 전작에 비해 좀 더 3D 공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 2등신 캐릭터도 전작의 코모와타 씨가 디자인하면 좋았을 걸....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만 이 파트 역시 그다지 난이도는 높지 않고, 레벨업 요소가 없는 일종의 이벤트성 전투이기 때문에, 전작처럼 몇 시간이고 붙어앉아 플레이할 수 있는 야리코미 요소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올클리어 후 등장하는 엑스트라 배틀을 클리어하면 공격력 3배, 5배 등의 강력한 메모리를 얻을 수 있는 등 특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솔직히 올클리어 한 후 일부러 배틀 붙잡고 있을 이유가;;;)
이렇게 두 파트를 소개해 봤는데, 이 소개문을 나란히 늘어놓고 보면 자연스레 한가지 공통점이 드러납니다. 어느 쪽도 '이도저도 아닌 수준'에서 마무리지었다는 점이지요. 디버그 모드도 흥미진진하지만 난이도가 낮기 때문에 큰 달성감은 느끼기 힘들고, 전투 역시 박력은 있지만 레벨업 등의 요소가 없기 때문에 금세 질려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천공의 유미나처럼 지나친 강제 야리코미 요소(슈퍼 하드 난이도까지 클리어하지 않으면 완결편이 등장하지 않는 구성;)도 문제가 있지만, 이번 네가제로의 경우는 이 흥미로운 두 요소를 너무 담백하게 배치하여, 게임성을 추구한 작품임에도 큰 달성감을 느낄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론 디버그 모드의 난이도가 좀 더 높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전투 파트에 레벨업 요소 도입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제안에는 쉽게 동의할 수가 없겠군요. 레벨업 요소 들어가면...플레이 타임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니...) 이 디버그 모드의 아이디어는 다음 작품에서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살려볼 순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네가 제로에서만 사용하고 끝내버리기엔 아깝더군요.
![]() ![]() 모리사와 이치요 (CV 사쿠라 하즈키 = 나바타메 히토미) 레이코의 유일한 동성 친구. 성적 우수 용모 수려 등등 변신 소녀물에서 흔히 등장하는 오죠사마 계열의 전형적인 친구 캐릭터. 또한 마찬가지로 그 전형적인 약속에 따라 실은 네가티브 제로와 적대하는 마법소녀 '포지티브 원'이라는 설정. 여담이지만 '네가티브 제로'와 '포지티브 원'의 이름은 설정상 포지티브 원이 먼저 지어졌고, 그에 대항하여 '네가티브 제로'라는 이름이 태어난 것.
![]() ![]() 쿠에 나나카 (CV 이마이 아사미) 레이코와 주인공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또 한 명의 디버거 '쿨 세븐'. 냉정하고 무뚝뚝한 성격으로 자신의 이름 외에는 스스로에 대해 아무 것도 밝히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녀는......
■ 시나리오 - 0만으로도, 1만으로도 나타낼 수 없는 이 애매한 세상에서의, 조금은 슬픈 성장 이야기
시나리오는 StarTRain등을 담당하셨던 나나와 미소우씨. (...와 기획야). 설정을 보고 하이텐션의 변신 히로인물을 기대한 플레이어라면, 3주차 이후의 전개에 좀 당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최종화의 전개와 엔딩에서는 완전히 뒷통수를 맞게 되지요. 그만큼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그 내용 사이에 괴리감이 있는 작품이지만, 그것이 결코 기분나쁜 괴리감이 아닌, 플레이어가 문장 하나하나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만드는 의미있는 괴리감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복선과 반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없이 니즈에 들어맞는 작품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조금 노골적인 느낌도 들긴 하지만 복선 배치도 적절하고 또한 최종화에서 깔끔히 회수되었으며, 반전부 역시 플레이어가 무릎을 치게 될 정도로 교묘하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짧게 표현하자면, 재미있고, 우울하고, 뜨겁고......또 슬픈 이야기.
'안녕, 해피 엔드'라는 작품의 주제어에 걸맞게, 네가제로는 '안티 해피 엔딩'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변신물에서 흔히 튀어나오는 노력과 우정 등의 키워드도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전개(3주차 이후). 설상가상으로 주인공인 레이코가 정신적 문제로 만사를 비관적으로만 생각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점점 무거운 분위기로만 치닿고... 그러나 네가제로는, 그 나름대로의 '성장'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자신을 믿을 수 없고, 모든 일에 비관적이기만 레이코. 그런 그녀가 선택한 성장의 길은......이것은 작품을 플레이하면서 직접 확인하시길.
![]() 비관적인 망상의 극치.
■ 그 밖의 요소들 - CG, BGM 등...
CG는 'NG코이'나 'My Merry May'시리즈 등에서 활약하신 코시미즈 타카유키씨.(이쪽 세계에선 미코시 마츠리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분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성서로 여기는 MMMbe의 원화를 맡기도 하신 분이기 때문에 저로선 불평할 여지없는 최고의 원화가.
BGM은 엄청 좋다고 하긴 뭐하지만 중독성이 있네요. 특히 전투 파트에 나오는 일부 BGM은 과거 8비트 게임 시절의 전자음을 모티브로 한 것 같은데, 듣고 있다보면 묘하게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는 느낌이...;; OP은 주인공 레이코의 성우인 아리스가와 미야비씨가 불렀는데 이 역시 전형적인 전파곡. 첫번째 오프닝인 '네가티브 제로 파라다이스'와 두번째 오프닝 'BLUE FLAME' 모두 아리스가와씨가 열창했지만 개인적으론 네가티브 제로 파라다이스 쪽에 한 표. 물론 두 오프닝 모두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습니다. 네가티브 제로 파라다이스는 '전력으로 네가티브한 전파 가사', BLUE FLAME은 일부러 보컬로이드 느낌이 나도록 꾸며놓은 점이 재미있더군요. 그 밖에도 ED 역시 각 공략 히로인의 성우가 불렀는데, 유독 나나카의 성우인 이마이 아사미씨의 노래만 없습니다. (천공의 유미나에선 두 곡이나 불렀는데...)
한가지 개인적인 불만점은, 전작 '천공의 유미나'에서는 CG란의 CG마다 캐릭터들의 만담극이 첨가되어 있었는데, 이번 네가제로에는 그런 류의 재미있는 장난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전작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데 큰 비중을 차지한 요소였던 만큼 그러한 특전이 사라진 것은 많이 아쉬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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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차 기믹에 대한 감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미리 양해를 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스포일러는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만, 감상을 적는데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스포일러를 해야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전반부에 밝혀지는 내용이긴 하지만 그래도 스포일러임에는 변함이 없으니, 혹시 스포일러를 완전 배제하려는 분이라면 이 부분은 그냥 스크롤바로 확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포함>>
앞서 '디버그 모드'에 대해 설명했습니다만, 사실 1회차에서 전개되는 디버그 모드는 '전주곡'에 지나지 않습니다. 2회차에서 시작되는 디버그 모드. 그 대상은 바로, '1회차 이야기' 그 자체. 종반부가 다소 맥빠지고 얼렁뚱땅 끝나버린 느낌이 든 1회차 이야기야말로, 주인공 레이코가 '마법'을 이용하여 개변해버린 거짓된 이야기였던 것이죠. 2회차부터 최종화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의 목적은, 바로 레이코 자신을 디버그하여 이야기의 진실된 모습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레이코 루트였던 1회차 이야기 중간중간을 고쳐나가면, 중후반부에 이르러 다른 히로인의 시나리오로 돌입하게 됩니다. 다만 그 순서는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먼저 공략하는 등의 사치는 부릴 수 없습니다...1회차부터 정리하면 '레이코 -> 이치요 -> 파소 -> 나나카'의 순서로 공략이 가능해집니다. 한 회차를 클리어 할 때마다 등장하는 '지적' 포인트가 늘어나게 되고, 그 부분에 가서 지적을 하면 새로운 히로인 루트가 열리는 방식이지요. 사실 골자만 놓고 보면 여느 선택지 ADV게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단지 그 모습을 디버그 모드라는 형식으로 꾸며놓은 것이지요. 허나 그러한 모습이 작품의 소재와 결합하여 연출적으로 굉장히 높은 효과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이 '지적 포인트'가 등장했을 때는 감동해서 눈물까지 찔끔했습니다 T T 일부에서는 거의 대부분을 스킵으로 보내야 하는 '작업 플레이'라며 비하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 냉정히 생각해보면 그 점은 다른 미소녀게임 작품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건 아닐지요? 다른 선택지형 ADV 역시 각 히로인 루트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공통 파트는 스킵으로 일관하기 일쑤이고 말입니다. 오히려 '당연했던 것'으로 여겼던 1회차에서의 광경이, 점점 그 실체를 드러내가는 과정은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진진했습니다.
■ 패키지 사진
솔직히 매장 특전 중에 마음에 드는 그림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일반 주문했습니다.
초회한정판 특전은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Zero Sound'와 오프닝 엔딩 CD '안녕 해피 엔드'
옆면에는 작품 중에 쓰인 2D 캐릭터들이...
'늦어서 미안해' 특전(...) 마스터업까지 끝마쳤음에도 발매를 한 달 늦추어 버린 것에 대한 사죄의 뜻에서 긴급히 추가된 특전. 저 검은 부분을 손가락 등으로 따뜻하게 만들면...... 총 4장이 들어있는데 그 중 2장이 특수 잉크, 나머지 2장은 일반 포스트 카드
전편과는 달리 상냥하지 못한 뒷면(...)
★☆수줍은 비너스의 가면을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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